지인분께서 고용량 메일을 통해 자료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셔서, 간만에 다음에 접속해서 메일함을 열어봤습니다. 아직 메일은 오지 않았고 간만에 다음에 접속한 저는 이것저것을 둘러보다가 문득 제 메일함을 봤습니다. 스팸메일은 거의 스팸 시스템을 자동으로 걸러지던지라 스팸메일은 거의 없었고, 편지함을 가득 메운 것은 자료 동봉 편지(...)
예. 제가 보낸 편지입니다. 레포트라던가 과제 인쇄를 하거나 학교에서 계속 해야할 때, USB가 없던 시절에 자주 메일로 보냈고 지금도 문서 파일 종류는 메일로 자주 보내버립니다. 어디서도 쉽게 다운 받을 수 있게요.
문득, 제 편지함에 제가 보낸 자료 편지나 카페에서 오는 정기 메일을 제외한 '순수하게 나에게 전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은게 언제인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편지함을 뒤져보니 15개까지 목록을 보여주는 편지함의 8번째탭까지 가서야 간신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05년 3월 17일. 그 날 이후로 제 메일함은 편지를 주고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약 1년간 사람들과 단절된 관계에서 지낸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며 지냈죠. 메일 대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자리잡은 것은 메신저였고, 제 경우는 블로그, 다른 사람들은 아마 싸이였을 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메일을 보내놓고 그 답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덜 급한 일은 블로그나 싸이에 글로, 급한 일은 메신저에 접속해서 잡고 물어볼 뿐입니다.
메일을 제대로 주고받았던 시기가 언제인지 다시 올라가봤습니다. 2001년. 벌써 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커뮤니티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메일로 대화했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그곳으로 다들 몰려갔고 대화할 상대를 메신저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점차 커뮤니티 게시판 활동이나 채팅방 활동에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메일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어저면 앞서 언급한 활동들 보다 가장 먼저 도외시 된 행동이 바로 메일 전송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제 메일로 편지를 보낼 지인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제 메일 주소는 광고를 한 명에게라도 더 보내고 싶어하는 스팸 메일 전송자들이나 반길 주소가 되었겠죠. 하지만 가장 슬픈 사실은, 이러한 사실 앞에서도 저는 결국 메일을 통한 '기다림'이 존재하는 대화보다는, 메신저나 SMS를 통한 '기다림'이 없는 대화에 더 익숙해져있고, 그 쪽을 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저는 상대의 답변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사실을 레포트 자료로만 가득찬 메일함이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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