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뻘하게 낸지 벌써 1년... 은 아니고 살짝 부족. 10개월.
아마 이곳에 오는 사람들 중 내 근황을 궁금해할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아마 알만한 사람들이랑은 이미 연락처 공유하고 카톡 등록한데다 일부는 단톡방까지 파놓고 아직도 덕덕하고 있으니 근황은 저절로 공유되는지라...(...)
그렇지 않은, 그저 이곳에서만 날 알던 사람들에게 나는 우선 전하고 싶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우선 일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글쓰기라는 업을 포기한 시점에서, 공허해진 속을 채우기 위해 매진했던 것이 바로 지금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 이야기를 안하면 사실상 내 이야기는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 있는 일은 3년전, 화려하게 때려치웠던 바로 그 일이다.
엔딩글에서도 썼다시피 나는 복직했다. 단, 원래 소속된 서울팀이 아닌 대전팀으로.
당시 상황이 안 좋던 대전팀에 일종의 보충요원으로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연차 유지에 집세 보조를 조건으로 들어갔다.
2년이란 공백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업무에 금세 적응한 것도 모자라 나름 중요한 포지션을 맡으면서 빠르게 이쪽에 융화되어갔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파견온 놈이라고 상사나 동료 팀장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는데 이제는 말도 놓고 지낼 정도로 친해졌다. 오히려 서울에서 복귀 떡밥을 슬슬 흘리고 있는데 상사가 나서서 막아줄 정도이고, 나도 서울보다는 이곳이 일하기도 좋고 1년 넘게 같이 키워온 팀원들 덕분인지 별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언젠가는 떠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건 조금 먼 나중의 일이 되겠지...
-내 10대와 20대를 지배했던 덕질의 경우는 슬프게도 거의 손을 뗀 상태이다.
애니와 라노벨, 성우 쪽은 손 뗀 지가 너무나도 오래되서 이젠 봐도 모를 정도가 됐다.
그래도 종종 예전에 즐겼던 옛날 작품들에 대한 향수는 남아있어서 종종 예전 작품들을 돌려보곤 한다.
그 점에서 유튜브는 참 좋은 곳이다.(?)
게임은 최근까지 손을 댔었다.
7년 전에 즐겼던 마비노기 영웅전을 최근까지 플레이하고 있었다.
다만, 이것도 거의 접기 직전의 상태이다. 이제 PC 온라인 게임은 정말 글렀는가보다.
폰게임은 마듀 접은 이후로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애초에 일할 때는 일하느라 바쁜 내게 있어 항상 붙잡고 있어야 하는 폰게임은 거치적거리는 존재 밖에 안됐던지라 주변에서 온갖 폰게임을 추천해도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랬는데 소녀전선은 하고 있다.
이건 후술할 이유가 있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요즘은 거의 접혀진 상태다.
사는데 바쁘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시간도 잘 나지 않는다.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만나기에도 벅차다. 예전엔 시간만 나면 주말에 종종 보면서 술잔도 기울이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하고 즐겁게 지냈는데 이젠 서로가 바빠지다보니 1년에 한번 만나기도 벅차다. 더군더나 내가 대전으로 이사를 해버리면서 더 보기가 힘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이란 참 재미있는 법이라...
어디서든 어떻게든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되더라.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뭘 하든 기회는 생기리라.
-그걸 느끼고 있는게 특히 요즘이다.
3년 전, 그리고 6년 전.
똑같은 이유로 끝을 맺는 것을 보고 연애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에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았다.
연애 같은건 할 시간도 없고, 돈 벌기도 바빠서 할 생각도 없었다. 호감가는 사람도 있었고, 그 중에는 잘 될 수도 있던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생길 미련과 집착이 상대를 힘들게 할게 두려워서 결정적인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한채 포기했었다. 그냥 연애 같은건 나랑은 인연이 없는 사업이라 생각하고 지냈었다.
하지만 앞에도 언급했듯, 인연이라면 뭘 하든 기회가 생기게 되더라.
현재 연애중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시작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나 같은 녀석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받아봤다.
그리고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말 제대로 된 남친 대우를 받으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그저 호감만 있었지, 연애 대상으로는 감히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지라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는데 지금은 오랜만에 전력으로 좋아해주고 아껴주고 있다. 연애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받는 것에 비해 주는 게 부족하다 느껴질만큼 사랑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시간도 못낼 줄 알았고, 돈도 엄청 나갈줄 알았는데 의외로 감당할 수 있을만큼 이뤄지고 있다.
사귄지 200일 정도 밖에 안됐는데도 여행을 3번이나 다녀왔고, 서로가 바빠서 주중에는 못 보지만 주말만큼은 꼬박꼬박 시간을 내서 만나고 있다. 내 팔자가 장거리 팔자인지 이번에도 장거리 연애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번엔 내가 차가 있기에 거리 부담이 덜한 편이고, 나만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둘만 있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얼떨결에 고백받고 시작한 연애이지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또 예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까, 또 내 집착과 미련으로 상처를 주지 않을까,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잘 조율해 나갈 수 있을까...
자신은 없었지만, 한번 가져보기로 했다.
여러 번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이미 깨닫지 않았던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집착과 미련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바라지 말자.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지금에는 최선을 다하자.
필요한게 있으면 먼저 말하고, 의견을 맞추자.
그렇기에 지금은 먼저 말하고, 먼저 의견을 구하고 있다.
여친은 이런게 익숙하지 않은지 가끔 놀라기도 하고 사실 지금도 내가 의견을 구할때 선뜻 먼저 이야기를 잘 하진 않는 편이다. 숨기는 것도 아직 많고, 아직은 좀 내 눈치를 본다고 해야할까... 너무 배려를 해주려는 구석이 좀 있다. 그래도 지금은 가끔 지나가는 말로라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고 나는 그걸 잊지 않고 적어두고 다음 만남에 써먹고 있다. 평소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우울함도 종종 타는 여친이 적어도 날 만나는 날만큼은 기대해주고 항상 즐거워해주고 떠날 때 아쉬워해주는걸 보면 정말 이렇게 사랑받고, 사랑해주는게 기쁜 일이라는걸 참 오랜만에 느끼는것 같다. 3년 전에도, 6년 전에도 잘 느끼지 못했던 일인데.
평생의 업을 내려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전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뭐 왜 뭐. 덕이 덕 만나는데 문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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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작성 다 해놨으면서 업로드는 못했던 글.
이유는 알 수 없다. 우연히 들어왔다가 발견하고 그냥 당시 시간으로 다시 올려놓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