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제 이야기는 없습니다...


방명록입니다 Ver. 03


전에 쓰던 방명록이 덧글 100개가 채워져서 새롭게 만든건데 이후 100개를 넘을 생각을 안합니다. 사실 넘어도 곤란하긴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리플은 자유롭게 달아주시고 광고리플 아니면 뭐든 답글 남겨드립니다.
포스팅에 리플 달기 뭐하다 싶은 내용은 여기다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 방명록 찾는데 안 보이면 여기다 남기셔도 됩니다.

예전 방명록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어쩌다보니 질문 사이트도 하나 만들게 됨. 

ask.fm/scybert 으로 심심하면 오셔서 익명 질문 남겨주면 아마 쓸데없이 세세히 답변 달지도...?

※어째 잠을 못 자서인지 담배가 계속 느는 불량한 상태...


언제나 그랬듯 글 올라간 시간은 이 해를 끝내기 1분 전....





Bad Ending


-정말...
내가 이곳을 1년이나 넘게 방치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여전히 익스의 첫 페이지는 이글루이고, 로그인도 자동으로 이뤄지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링크된 블로그의 새 포스팅이 올라오면 읽어보고 체크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지경까지 오기까지 그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변화는 이미 그렇게 찾아왔다.


-언젠가 내가 그런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만약... 전에 하던 재고조사 업무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그건 내 꿈과의 작별이라고.
만약 이 일로 복귀하게 된다면 그 때는 15년 넘게 꾸었던 작가로서의 꿈을 접어야할 것이라고.

작별했다.
안녕. 작가로서의 꿈이여.
비록 손에 닿을듯 말듯 아련하게 어른거렸지만 결국 넌 내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분명 마지막 포스팅이 대구에서 일 잘하고 있습니다였건만 이게 뭔 스토리 전개인가라고 의문을 가지실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사무실 망했다.

설마하니 저 포스팅 작성하고 1달만에 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어떻게 잘해보자고 벌렸던 일이 그렇게 돌아왔는지... 씁쓸...
그나마 6월까지 일한 급여는 받았고, 대표님과도 좋게 작별했지만 당장 7월부터 타지에서 정말 연고도 없이 혼자 자립해야한다는 상황은 숨막히리만치 날 조여오더라.
어디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구에서 일을 계속 구해봤지만 일이 쉽게 구해지지도 않고 쉬는 날이 길어질수록 압박이 심해지더라.
그나마 구했던 편의점 알바도 점포 상태가 좀 이상하더니만 아니나다를까 재고 안 맞는걸 나한테 덤태기 씌워서 물리려하길래 역관광을 시켜놓고 나와버렸다. 감히 재고조사 팀장하던 놈에게 전산으로 시비를 걸어?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디에 익숙해졌는지 깨달아버렸다.
아직도 난 그 모든 프로세스를 기억하고 있더라.
그래. 5년 가까이 해왔던 일이니 못 잊는거야 당연하겠지만 당장 어제 하던 일처럼 손이, 습관이 기억을 하고 있던 점은 좀 소름돋더라.

그리고 내 지난 16년이란 시간을 돌아봤다.
글쟁이로서 내가 목표하던 것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었던가. 곰곰히 되새겨본다.
아. 무리다. 한 것 따위 없었구나.

그제야 난 결국 직시한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모든 것은 도피였다는 것을.
그리고 난 대구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2년전 그만뒀던 회사에 복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그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것은...
서울팀에 내 자리가 애매할 것이라고는 예상은 했는데...
대전으로 내려갈 것을 권유받았다.(...)
대전팀에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나...?

결국 연차 인정받고, 급여 상향받고, 직급 1계급 승진하고, 월세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전으로 내려와서 팀장 생활 중. 지방팀이라서 이것저것 배워야할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근무 조건은 서울에 있을 때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게 좋아졌다. 여긴 야간도 그리 많지 않고 가더라도 배정을 잘 해줘서 서울 때처럼 2-3시간 자고 재출근해야하는 미친 일은 없더라.

뭐. 타지생활 혼자하는거야 이미 대구에서 1년 하던거라... 별 감흥은 없다는게 함정.
오히려 서울에서 더 가까워진터라 오가기는 더 편해졌다. 집값도 대구보다 더 싸더라.


-어찌보면 1년만에 올리는 포스팅은 이제까지 이 블로그에서 보여줬던 내 인생에 비추어보면 결국은 배드엔딩이다.
나는 꿈을 포기했고, 죽을 고생 시켰던 회사로 복귀해서 결국 사축이 되는. 농어군이라는 인물이 이 블로그에서 보여줬던 삶이란 이야기에서는 궁극적 목표에 실패한 배드 엔딩을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 인생을 살아온 나로서는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고르려 노력해서인지,
결국 꿈을 포기했지만, 지금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미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 사실 덕분인지 지금은 그냥 일을 해도 홀가분하고 마음이 더 편하다.

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
.
아마 이제 이 블로그에 글을 남길 일은 더 없을 것 같다.
애초에 이 블로그를 만들었던 목적이 작가를 꿈꿨던 고3학생이 자신의 꿈을 위한 연습장처럼 쓰기 위해 만들었던 곳이기에 작가를 포기해버린 이상 이 블로그가 더 굴러가야할 이유는 없다.

일상 신변 잡기를 올리기에도, 이미 1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했다.
바로 밑의 글에도 적었지만, 이제 더 이상 난 내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삶에 열중하다보면 글을 쓰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더라.. 그렇더라...

이제 만약, 이 블로그에 글이 올라온다면 그것은 농어라는 생선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그 생선이 시간 쪼개서 즐기고 있는 것에 대한 포스팅이 될 것이다. 게임이 되든, 뭐가 되든. 요즘은 바빠서 덕질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탈덕한건 또 아니니까...

그래도 혹시나 올라온다면...
배드 엔딩으로 끝난 이야기의 후일담 정도로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
게임은 배드 엔딩으로 끝났다면 리셋해서 플래그를 다시 밟아가겠지만, 인생은 배드 엔딩이라도 삶이 허락하는한 계속 살아가야하니까.

꿈을 포기한 생선이 이제 어떻게 살아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예전처럼, 지금처럼, 그리고 앞으로도.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것이다. 그럴 것이다.

2004년 12월에 시작해서 2017년 6월. 12년 6개월.
더 잘 할 수 있었을테고, 미련이 완전히 없진 않지만.
이젠 접고 앞으로 가야겠다.






여유가 있든 없든, 블로그는 격조한다


-음... 대충 3개월만이군...


-사실 블로그 글이 줄어든 이유는, 글쓰기가 게을러진 것도 아니고 다른 SNS로 갈아타서 그런 것도 아니다. 트인낭이 명언으로 대접받는 이 시대에 나는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아. 물론 계정은 있고, 핸드폰에 앱도 깔려 있다. 다만 주변 지인들 팔로우하고 근황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지 내 글을 적는 일은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에 트위터를 다시 해볼까해서 좀 해봤다가 역시 적성 안 맞아서 접었다. 짧은 뻘글 내지르는 형식보다는 좀 작정하고 글을 길게 쓰는게 역시 내 취향에 맞는다. 그 점에서 트위터는 내게는 최악이다.

블로그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 자체를 멀리하게 된 이유는 역시 나 자신의 성향 변화가 크다.
예전의 나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했고, 그를 위해 우선 나를 오픈하여 알리고자 했다. 내 이야기를 적었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했고, 나도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소통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외로움을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극복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공감했고, 싸웠고, 화해했다. 그 중에는 그 순간에만 스쳐지나간 인연도 있지만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연락이 끊어졌다가도 어느 순간 재회하게 되서 다시 잘 지내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끊어진 채로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게 된 사람들도 있다. 여러 사람을 겪었다.

즐거웠던 일도, 기뻤던 일도 많았지만 동시에 괴로웠던 일도, 슬펐던 일도 많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내 이야기를 적으려 하지 않는다.
최대한 말을 하는데 조심스러워지고, 내 의사를 드러내는데 조심하는 편이다. 싸움을 싫어하고 충돌을 싫어하며, 토론이란 이름하에 서로에게 행하는 인격모독과 비방을 증오한다. 그렇기에 싸우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 의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두루뭉술. 네 말도 맞고 쟤 말도 맞는 황희 정승 마인드.
세상에 정답이란게 있다고 믿던 시절의 나는 그 정답을 지키는데 열성적이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다른 정답 같은 것은 없다. 그렇기에 싸웠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거부했다. 하지만 이제 난 세상에 정답이 없음을 안다. 모두가 각자의 경험이 있고,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정답을 내리고 행동한다. 그것이 설령 나의 정답과 상충한다 하더라도 난 그것을 단호하게 틀렸다고 단정할 마음이 없다. 나는 그 사람과 다르다. 그렇다면 그 사람과 내 인생은 다르다. 내 잣대가 그 사람에게 절대적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말수는 줄어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듣는 쪽으로, 단정짓기보다는 이해하려 하고 정 안된다면 피하는 쪽으로 변해갔다. 그러다보니 내 이야기를 적을 일이 없어졌다. 바쁜 일상 생활 또한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 일상 생활 속에서 느꼈던 트러블이나 사건도 남에게 이야기하기보다는 나 자신 선에서 처리하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젊은 날의 혈기를 간직했던 블로그는 천천히 현실의 나처럼 말이 없어지고 조용해지고 있다.
그런 변화이리라. 아마도...


-대구로 이사온지 어언 4개월차.
업무 자체는 많이 안정됐다. 내가 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업무처리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솔직히 일은 많이 편하다. 작년까지 목숨걸고 1-2시간만 자고 빡세게 운전하고 밤까지 GRYB를 떨어야 했던 재고조사 업무에 비하면 지금 하는 일은 정말 놀고먹는 수준으로 편하다. 9시 칼출근 18시 칼퇴근에 점심제공, 야근 거의 없음. 심지어 근무시간 중에도 가끔은 할 일이 없어서 웹서핑을 하거나 소리 끄고 게임을 돌리는게 가능할 정도다.

다만, 이만큼 일이 없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사실 행정사 개업한지 이제 4개월차에 일이 그리 많이 들어올리도 없고 대표님이 이곳저곳 뛰면서 일을 받아오고 계시지만 사실 좀 빠듯한 편이다. 실제로 원래는 나와 대표님 외에, 직원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결국 그 직원은 업무 1개월만에 퇴사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돈 문제가 좀 컸다. 급여가 생각만큼 안 나온것. 나 역시도 대표님이 당초 약속했던 금액의 60% 정도를 받고 있다. 사실 이 돈으로도 나 한 몸 먹고 사는데는 큰 문제가 없고, 업무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만한 금액이다. 오히려 이렇게 일하고서 당초 약속했던 금액을 받았다면 너무 죄송스러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현재 벌이고 있는 일이 진척됨에 따라서 급여는 다시 올라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이라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어차피 나도 이렇게 될 수도 있음은 생각하고 내려온 것이라 이 정도로 포기하고 올라갈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금은 남는 시간을 좀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이래저래 궁리해보고 있다.


-그 덕분에 간만에 다시 시작한 것이 바로 글쓰기.
컴퓨터를 끼고 있는 일인데다, 내 시간이 많이 남는만큼 업무 시간에 짬짬이 글쓰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덕분에 4년만에 생각을 다시 굴리면서 플롯을 다시 짜보고 있다. 
일단 안정적인 급여가 들어오는 직장이 잡힌 상태에서의 소일거리라는 느낌으로 써보고 있다. 된다면 적어도 집에다 보내줄 용돈 정도는 벌 수 있으리라.

어찌보면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가 실현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기 힘듬을 체감했을 때 바랬던 것이, 고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면서 짬짬히 글쓰는걸 부업으로 하는 것도 바랬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 그런 처지가 되었다. 물론 아직 글로는 돈을 못 벌고 있지만.

그러고보면 결국 30대가 되서야 나는 20대에 꿈꿨던 장래희망의 반은 이루게 되었다. 글 쓸 시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니. 남은건 내가 글로서 결과물을 내놓는 것만 남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남은 것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너무 오래 쉬었나...


-대구 생활에서 가장 슬픈건 역시 술 먹을 친구가 없다는 점.
서울에 있을 때는 술 먹자고 전화 한 통 넣었을 때 바로 나올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여러 명 있었지만 대구에는 지인이 거의 없는 편인데다 있는 지인들도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술 같이 먹을 사람이 거의 없다. 혼자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혼자서 술 먹는게 무슨 재미인가. 나는 술을 좋아하기보다는 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걸 좋아하는 거니까.

그러다보니 이번달 초에 서울에 갔을 때는 4일동안 내내 술 약속만 잡고 지겹게 퍼마셨다. 덕분에 아침마다 괴로워했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있는 시간을 즐긴 것 같다.

대구에서 이만큼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기에는 이제 나이를 먹은데다, 만남의 기회도 그리 많지가 않다. 서울 올라갈 때마다 이렇게 회포를 푸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뭐. 사람 일이라는게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거긴 하지만...


-그렇게 나는 별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별일 없이 살아가겠지.
또 여기에 글을 적는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도 별일이 없기를 바란다.






대구에 온지 한 달이 되어간다


-내 살면서 처음으로 부동산 업자와 샤바샤바해서 집 보러 돌아다니고 온갖 뻘짓을 다 한 것 같다.
다행히도 집은 좋은 곳을 구했다. 직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걸어서 15분에, 대로를 끼고 있는지라 급하면 택시타고 3분내로 갈 수 있다.) 200/33이라는 조건치고는 방도 널찍하고 주방도 널찍하게 따로 붙어있고, 빨래 널기 좋은 베란다도 따로 있다. 하루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본 보람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꽤 만족스러운 집.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콘도 옵션으로 있고 전 세입자가 설치해 놓고 간 파이프 옷장이나 수납장, 그리고 쓰잘데기 없이 TV도 있다. TV는 결국 콘센트 꽂을 곳이 없어서 애물단지가 되었지만...-_-;; 
부동산 업자의 말실수(인터넷 없는 집인데, 인터넷 있다고 뻥을 쳐버렸다. 야이...) 덕분에 중개료도 상당히 까버렸고(근데 깐 중개료가 알고보니 그닥 크게 싸지도 않다. 이 인간이 진짜...) 아무튼 이래저래 이사 자체는 만족스럽게 한 것 같다. 집주인도 상당히 친절하셨고, 현관 정문까지 전자락인지라 보안도 걱정이 없는 편. 집 주변에 이렇다할만한 시설이 없는건 좀 불만이지만 편의점이 두 곳이나 있으니 뭐...

암튼 이사 자체는 만족스럽게 한 상태.


-일 자체도 상당히 할만한 편이다.
일단 이제까지 했던 어떤 일 중에서도 이만큼 칼출근 칼퇴근이 보장되는 직업은 처음이다.(...) 행정사 업무 자체가 관공서와 연계된 업무다보니 관공서 문닫으면 우리도 딱히 할게 없다. 따라서 칼출근 칼퇴근뿐만 아니라 휴일까지 확실하게 보장된다.(설 연휴 5일을 풀로 다 쉬었으니 말 다했다...) 토요일 업무는 자율적이라서 나오고 싶음 나오고 아니면 말고인데 요번주랑 저저번주는 일이 좀 있어서 출근했다. 딱히 수당이 있는건 아니지만, 토요일에 집에 있어봤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놓으면 평일이 더 널널해지기 때문에 나와서 적당히 일 좀 보고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 대개 토요일 업무는 오래 있어봤자 4시를 넘기지 않는다.
대표님이 군대 인맥인지라 이 분도 내게 맡기던 업무가 군시절 행정업무와 겹치는게 많은데, 8년만에 행정업무를 잡는 것이 좀 익숙하지 않았다 뿐이지 했던 일이니 감 찾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아무래도 잡무가 좀 많긴 한데 그래봐야 재고조사 시절에 비하면 몇백배 쉽고 할만하다. 일단 칼출근 칼퇴근 휴일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다른 업무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조건이 압도적으로 좋다.

다만 1월 말부터 일했던지라 1월달 급여는 대표님 제안에 내가 동의해서 2월달 급여로 합산 지급. 대신 설 상여금을 넉넉하게 받은지라 이걸로 생활 중. 2월 급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일단 올 때부터 실수령금 월 200이상으로 합의를 본지라 급여가 제대로 지급된다면 정말 꿀직장 잡은 셈이 된다. 이 분을 알고 지낸지가 8년이 되가는데, 돈 문제 같은 걸로 장난칠 사람은 절대 아니니 그 점에선 신뢰하고 있고 그래서 온거지만 돈이라는게 역시 받기 전까진 알 수가 없으니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좀 보류.


-다만 역시 생소한 동네에서 혼자 살려니 좀 심심한 감이 크다.
여러 지방 많이 돌아다녀봤지만 대구는 그리 많이 오지 않았고, 교통편도 아직 생소한지라 이사 온지 1달이 된지만 그리 많이 돌아다녀보진 않은 상태. 일도 좀 안정됐고, 집 정리도 어느 정도 끝난 상태니 이번 주말에는 가볍게 나들이를 좀 다녀올까 싶긴 하다.
혹 대구에서 혼자 돌아다녀볼만한 곳 아시는 분 있으시면 추천 좀 해주셨으면 한다.

아. 동성로는 제외.
직장이 동성로 근처라서 회식도 거기서 하는데다, 대구 지인들도 다 거기서 만난지라 동성로는 이 1달간 지겹게 갔다. 거기다 사람 바글바글한 곳은 취향이 아닌지라...-_-


-암튼 생소한 동네 이사와서 생소한 일 하는 것 치고는 꽤 자리 잘 잡고 살아가고 있음.
월급까지 잘 나온다면 더 바랄 것 없이 안정적인 상태.
업무 적응이 끝나면, 슬슬 다른 일에도 눈을 좀 돌려볼 예정.

인생 시즌2가 생각보다 괜찮은 시작을 끊은 것 같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새해 첫 글은 폭탄 선언


-무려 3개월만에 새 글...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 3개월 동안 이곳을 완전히 잊고 살았다.
에라이...


-지난 2015년은 나에게 있어 힐링의 해였다.
이 힐링이라는게 말이 좋아 힐링이지, 한 마디로 말하자면 2015년 한 해 동안 그냥 일 따위 다 개나 줘버리고 신나게 놀았다. 그렇다. 난 지난 한 해 백수였다! 에라이!!
물론, 전반기에는 학교 나가면서 마지막 학기를 다녔지만 그 학교도 8학기는 채웠지만 학점이 모자라서 졸업은 보류 상태. 졸업 요건을 충족하려면 해야할 게 좀 있긴 한데... 아 귀찮아. 아 몰라.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아. 빼애애앵!!!
이런 상태라서 남은 하반기 동안 졸업 준비를 했어야 옳고, 사실 수강신청해서 수업을 들어야 맞는데 꼴랑 4과목 들어야하는데 듣는 과목들 시간 상태를 보고 빡쳐서 그냥 접어버렸다. 생각해보니 나 토익 안 봐서 들어야할 영어 과목 수강도 못한다. 그렇다. 어차피 안될 것이었던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결국 남은 학기 수강 신청 안하고, 반년 동안 그럼 토익이라도 준비해야하는데 결국 난 놀았다. 그렇다. 신나게 놀아버렸던 것이다! 영어 그런건 개나 줘버리라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한 것은 겜덕질이었고, 간만에 애니덕질이었고, 종종 관뒀던 회사에서 요청 들어오면 나가서 용돈버는 정도의 잉여생활이었던 것이다.
지난 반년을 돌이켜보면 난 정말 노답이었다. 정말 원없이 놀았고 그 노는 기간 동안 온갖 감정의 널뛰기를 다 겪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에서 나와서 합정에서 자취 중이었던지라 이런 나를 말리거나 닥달할 사람은 없었고 덕분에 난 반년 동안 그 어딘가 하나에 몰입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나답지 않게 정말 잉여한 시간을 보냈다. 아. 몰입은 했다. 게임에. 마영전에. 그 덕분에 피오나 하나만큼은 아주 들이팠다. 에라이...
글쟁이가 꿈이었던 소년은 이런 귀중한 시간에 글 따위는 엿 바꿔먹고 아주 충실한 겜덕 라이프를 보내며 긴 휴가를 보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히키 생활을 하다보니 담배가 확 줄었고, 몸 상태도 굉장히 좋아졌다는 점 정도?


-이런 삶을 살았다보니, 2015년이 끝나갈 때 쯤. 난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난 이제 어찌해야할 것인가.
남은 2015년 1-2개월 빡세게 공부해서 토익 점수를 맞추고, 졸업을 해야할까.
아니면 이제라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야할까.
아니면 그 지옥같은 회사로 돌아가서 돈이나 다시 벌어야할까.

무엇을 하든, 선택을 해야했다.
지난 3년동안 내 개인적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돈도 슬슬 위험수위에 달했었다.
더 이상 논다는 선택지는 택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해답은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갑자기 찾아왔다. 독립기념일에 날아온 거대한 원반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일 부로 나는 대구로 떠난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대구행이냐고 생각하실텐데, 이건 정말 나로서도 바로 20일 전인 2015년 시기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평소 자주 연락하던 형님이 계시다. 군생활 시절 전포대장으로서 계셨던 분이고 사실상 내 직속 상사로서 1년 정도 같이 업무를 했던 사이였다. 업무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제대 후에도 종종 연락하고 경조사에도 참가하고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눌만큼 친했던 분이다.
제대 이후의 미래도 착실히 설계하셨던 분이고, 덕분에 군생활하면서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작년 말, 제대하면서 이번에 행정사 사무소를 개업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연락을 넣더니 바로 러브콜을 때리시더라.

왜 나냐는 질문에 그 분은 정말 노골적으로,
"너만큼 일 잘하는 색히가 없어."
라고 말하시더라.

농담 같은 진지한 이야기.
제대로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에 대구로 향했고, 막 개업한 그 형님의 사무실에서 일과 조건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급여는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고, 일반적인 사무원이 아닌 행정사 사무원으로서 국가에 등록까지 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업무. 물론 행정사라는 일이 공무원도 아니고 일이 있어야 수익이 있는 법이고, 그게 안되면 급여가 나올 수 없는 일이건만 그 분은 그런 사태에 대비해서 여러가지를 준비해둔 상태셨고 나름 침착하게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며 던진 여러 질문에도 그 분은 제2, 제3, 제4의 플랜까지 보여주시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을 불식시키시더라.
이 정도까지 준비한 판. 정말 최악으로 일이 안 풀리더라도 일에 뛰어든 사람의 밥벌이 정도는 보장할 수 있는 일.
내가 서울이란 정든 장소를 버리고, 대구라는 전혀 생뚱맞은 장소로 와야한다는 점만 빼면. 그야말로 둘도 없을 기회.

결국 난 모험을 선택했다.
어차피 잃을게 없었다. 내키지 않는 학교 생활보다, 더더욱 내키지 않는 전 직장으로의 복귀보다,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글쓰기보다도 더 손에 잡을 수 있는 기회였고 대구라는 낯선 장소도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활동 장소라는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3일만에 바로 서울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대구로 내려가서 살 곳을 잡았다. 그리고 모든 정리를 마치고 오늘, 대구의 새 거처로 이사할 예정이다.
할 일이 많다. 내 생활거처를 정리하는 일마저도 뒤로 미뤄야 할 정도로.
새로운 업무에 대해 공부해야하고, 익혀야할 것도 많다. 당장 프로젝트가 시작해버려서 결정한지 10일만에 이사하는 것인데도 더 빨리 내려올 수 없냐는 닥달도 들었다. 그만큼 해야할게 많다. 꽤 바빠질 것 같다.

나에게 산재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졸업은 아직 해야할 과제로 남았고, 글쓰기는 정말 나를 버릴거냐면서 아직도 피할 수 없는 시선을 나에게 보낸다. 그나마 전 직장 문제만 깔끔하게 해결이 됐을 뿐이다.
우선은 좀 접어두련다. 새로운 일에 좀 더 적응해서 여유가 난다면 하나 하나, 처리해나갈 생각이다. 아직 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물론 이게 마음을 다잡는건지 현실도피를 하는건지... 후자겠지? 우선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자.

잘한 선택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적어도 반년이 지나봐야 그 윤곽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이것도 하나의 기회가 되리라.

그렇게 난 새해부터 거주지 변동과 새 직장이라는, 풍파 아닌 괴상한 풍파를 맞으면서 새해를 열었다.


-많이 늦었지만, 이곳에 아직도 들려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나처럼 정신없는 한 해가 아닌, 좀 더 깔끔하고 스마트한 한 해를 맞으시길 바란다.







사도 - 그저, 그럴 수 밖에 없던 영화



제목에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적자면, 저것은 영화 자체가 그저 그런 영화라고 평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평가부터 깔고 가자면, 이제까지 봤던 어떤 역사 영화 중에서도 이 영화를 따라올 작품이 있을까 의문일 정도로 내게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1. 꼬일 수 밖에 없던 이야기.
이 영화가 다루는 사건은 임오화변. 흔히들 아는 영조와 그의 아들인 사도세자의 이야기이다.
한국 역사를 뒤져봐도 아버지가 자식을 죽인, 그것도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뒤주에 가둬서 굶겨 죽였다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까 의심스러운 이야기. 부모가 자신의 피를 이은 자식을 그렇게 죽일 수 밖에 없던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사도세자의 죽음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익히 알려진 영조의 편집증스러운 성격과 그로 인해 미쳐가는 사도세자의 광증을 다 담았다. 영화 내에서 묘사되는 이 부자는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었다고 하더라도, 결코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부자였다. 무수리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를 내내 안고 있던 영조. 그런 영조에게 아들은 희망이었지만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에게 그가 보여준 태도는 아버지로서는 0점자리를 넘어서 마이너스에 달한 모습이었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지만 태생적으로 응할 수 없던 사도세자로서는 정말 미쳐갈 노릇이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대 높은 아버지와 다른 재능의 아들. 아니. 어쩌면 영화를 보는 당사자들도 이런 아버지를 둔 사도세자일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리고 그렇게 틀어지는 사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아버지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조금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헛도는 관계 속에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던 사도세자가 미쳐가는 광경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서글플 수 밖에 없다.
그런 부자인것도 비극적인건데, 이 부자가 하필 왕과 왕자라는 점이 문제다. 그게 가장 비극적이었다.

그렇게 꼬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비극이 예정될 수 밖에 없던 이야기.


2. 미칠 수 밖에 없던 연기.
바로 몇 주 전. 유아인이 출연했던 베테랑을 감상했을 때. 내가 유아인에게 받았던 느낌은 진짜 미친 놈 연기 잘한다는 점이다. 근 몇 년 간 사정상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던지라 올해들어 종종 몇 작품을 감상하는 정도로 문화 생활을 다시 재개했는데 유아인의 연기를 처음 보게 된 영화가 바로 베테랑이었다. 그 때도 느꼈던 유아인의 연기는 정말 캐릭터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열연이었다.
그 유아인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 정말 서글플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 베테랑이 이유 없이 미친 놈이었다면, 사도에서는 미칠 수 밖에 없기에 미친 놈을 너무나도 잘 연기했다. 두 작품 연속으로 미친 놈을 연기해야했던 유아인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히스테리컬한 아버지 밑에서 점점 틀어져가는 모습, 그로 인해 보여주는 광증, 뒤주 안에서 죽음과 가까워지면서 보여주는 절박한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토해내는 듯한 영조와의 마지막 대화. 그 모든 것이 사도세자라는 인물을 너무나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미칠 수 밖에 없는 연기다.
유아인의 상대역이라고 할 수 있던 송강호의 연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던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컴플렉스를 안고 부풀어진 기대를 아들에게 과도할 정도로 투영시키고, 그에 따라오지 못하는 아들에게 만들어낸 오해와 질투를 통해 표현하는 모습은 비뚤어진 영조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작중 시간대에 따라 영조의 나이에도 큰 변화가 있는데 특수 분장도 분장이지만 나이 들어 쇠약해진 모습을 너무나도 잘 연기해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도세자가 어렸을 때, 다 자라서 죽이게 되었을 때, 세손인 정조가 정정해졌을 때의 모습은 모두 송강호가 연기했지만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할 정도로 목소리 톤에서부터 버릇까지 신경 쓴 흔적이 잘 드러나있다. 특수 분장을 넘어서 배우가 정말 나이가 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이 미칠 수 밖에 없던 이야기에 걸맞는, 미칠 수 밖에 없는 연기.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른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주연인 이 둘의 연기는 미쳐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느낌.


3. 그렇기에 서글플 수 밖에 없는 영화.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섬세하게 그려졌고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하나하나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꼬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고 그 이야기에 섬세하게 그려진 인물들을 배우들은 미칠 수 밖에 없는 연기로 표현해냈다. 그렇기에 결과는 정말 서글플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과도한 기대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간 끝에 아버지에게 죽임당하는 사도세자, 과도한 기대를 짊어지어주면서까지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자 했던 영조, 미쳐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막을 수 없던 혜경궁 홍씨, 아버지가 받았던 기대를 할아버지로부터 받으면서 거기에 따라오지 못한 아버지를 착잡하게 바라봐야 했던 정조, 미쳐가는 아들을 보며 연신 울 수 밖에 없던 영빈 이씨. 그들이 보여준 역사는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서글펐고, 그렇기에 착잡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그저, 그럴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꼬일 수 밖에 없던 이야기였고, 미칠 수 밖에 없던 연기였고, 그렇기에 서글플 수 밖에 없는 영화.

역사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였다.



* 개인적인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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